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왜 철학, 인문학을 공부해야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책이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저자: 야마구치 슈

역: 김윤경

출판사: 다산초당

발간일: 2019/01/22

원서: 武器になる哲學 人生を生き拔くための哲學


실용적인 철학

지난번 읽었던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책 시리즈들은 철학, 인문학에 대하여 거시적인 관점으로 설명한 책이었다면, 이 책은 철학과 인문학을 왜 알아야 하는지에 대한 실용적 관점에서 저술된 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단순한 설명이 아닌 전문 컨설턴트인 저자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철학과 인문학이 동작하는지 쉽고 잘 와닿게 서술하였다. 작은 중소기업에서 근무한 덕(?)에 회사를 운영하는 임원진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입장에서 많은 부분들이 흥미롭게 와닿았다. 혹시나 내가 회사를 차리게 된다거나 운영에 관여해야하는 입장이 된다면 다시 한번 꺼내볼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다.

책에서는 50가지의 철학적, 인문학적 키워드들을 소개하고 이러한 키워드들이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어떻게 우리 생활에서 발견되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껏 익숙하게 봐왔던 시간적 순서(제안→비판→제안)의 나열을 과감하게 없애고 철학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을 1. 과정(process)으로부터의 교훈, 2. 결과(output)로부터의 교훈 으로 고찰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그래서 철학에 실용성에 대하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충분히 와닿게 설명한 책이었다.

교양이 없는 전문가보다 위험한 존재는 없다.

사실 철학, 인문학을 꼭 실용적인 관점에서 배워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용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그 본질을 간과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하여 큰 오류를 만드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이 책을 통해서 “왜 철학과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에 대한 큰 동기가 생기게 되었다면 이 책을 넘어서 좀 더 크고 깊이 있는 그림을 찾아 봄으로써 저자가 말하는 교양있는 전문가, 철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개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용문/메모

기업을 가리켜 영어로 going concern 이라고 하는데, 이는 ‘영원히 계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조직’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계속 변화하는 조직이고 이러한 변화속에서 철학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고된’ 대각가 인간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현저히 훼손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기업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근로 의지와 업무능력을 향상시킬지 고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보인다. 어떻게 근로자들에게 자발적 동기를 만들어줄지에 대한 물음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이런 물음에 대하여 다음의 내용은 주목할 만 한 것 같다.

리스크를 무릅스는 것은 당근을 원해서도 채찍이 두려워서도 아니다. 그저 단순히 자신이 그렇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적어도 10년 앞의 일을 내다보지만 간부는 기껏해야 5년, 실무자는 1년 후의 일만 내다볼 뿐이다. … 눈앞에 닥친 일에만 매진하는 간부나 현장 책임자는 자세한 설명 없이 이대로는 위험하니 방식과 방향을 바꾸라는 지적을 받으면 충분한 해동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채 바로 혼란기로 돌입하게 된다.

우수한 개미들만의 거주지보다, 잘못된 길을 가거나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어리숙한 개미가 있는 무리가 먹이를 가지고 돌아가는 효율이 중장기적으로 더 높다 … 오히려 멍청한 개미가 적당히 길을 잘못 들거나 다른 데 들렀다 가는 에러를 일으킴으로써 생각지 못한 결과로 최단 경로가 발견 … ‘단기적인 비효율’이 중장기적인 고효율’로 이어진 것이다.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연구 결과 같다. 단순히 최적의 길만을 찾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불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가끔은 쉬기도 하고 엉뚱한 길로 돌아가보기도 하는 단기적인 비효율이 중장기적인 고효율이 될 수 있음을 고민해보아야 겠다. 그리고 삶에 있어서도 멍청한 개미로 사는 것이 좀 더 즐겁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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