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미디어: Book
  • 발간일: 2015/03/25
  • 읽은 날: November 5, 2021
  • 저자/역: 유현준
  • 출판사: 을유문화사
  • 카테고리: 인문

Introduction

유현준 작가는 내가 생각하는 지금 우리사회의 지식인 중 한분이다. 최근 저가가 유튜브를 시작하여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내용들이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 전의 많은 TV 프로그램에서 나온 저자의 강의들도 재미있게 봤었다. 저자의 영상을 보면, 건축의 요소들을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면서도 그 뿌리가 되는 인문학적 지식들을 녹여내는 그의 실력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한 저자의 책을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선택한 책이다. 내용들 중 일부는 유튜브나 TV 강연을 통해서 들은 내용도 있었다. 아마 초기의 저작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새로운 눈을 얻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건축가 되기, 건축주 되기, 건물주 되기

우리 모두가 다 건축가가 될 수는 없지만, 우리 모두는 일종의 건축주이다. 사는 집을 고를 때, 데이트할 거리를 산책할 때, 개발 정책에 따라서 정치 후보자에게 표를 던질 때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건축주의 입장에 서게 된다. 훌륭한 건축은 결국 훌륭한 건축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아마 요즘 내 나이대, 혹은 나와 비슷한 사회 경험을 하는 세대의 키워드 중 하나는 건물주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 높은 계단에 오르지 못하고 지쳐버린 절망의 세대처럼 보인다. 저자의 시각을 조금 빌려보면 이 계단 역시 우리가 소유하는 건물이지 않을까 싶다. 조금 가파르면 계단을 낮춰 달라고 할 수도 있고 너무 계단이 멀다면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때로는 더이상 오르기를 멈추고 작은 집을 가꿔 살아가기도 하는 것 같다. 이 계단을 절망의 길이 아닌 행복의 길로 만드는 것은 내가 좀 더 행복하게 계단을 오르는 것일 것이다.

건축가가 되려면 어려운 공부를 해서 자격을 얻어야 한다. 건축주, 건물주가 되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바라볼 것인지는 나의 태도와 나의 생각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저자가 설명해주는 좋은 건물을 보는 방법, 좋은 거리를 만드는 방법, 좋은 공간의 요소들을 배우면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조금은 풍요로워졌고, 자본 없이도 조금은 건물주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하는 건축과 예술, 내가 생각하는 진리

학기말 채점을 할 때만은 학생들이 작품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게 한다. … 음악, 미술, 건축 같은 창조의 분야에서 창작자는 … 모든 경험들을 통해서 깨달은 바를 자신이 선택한 매체를 통해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릇 예술은 체험하는 이로 하여금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의 설명 없이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생각하는 예술의 관점이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하였다. 저자는 언어가 필요하지 않고 있는 그래도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예술이라고 믿는다. 나는 지식, 철학, 인문학에서 탐구하는 진리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의미가 되고 시대를 관통하고 모든 것의 뿌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진리를 탐구한 노력들이 묻어나는 철학이나 인문학을 배울 때 삶을 좀더 간결하면서도 농도 짙게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글로써 건축을 표현하는 책을 썼다. 그 이유에 또 한번 무릎을 치게 하였다. ‘건축은 과학이기도 하고, 정치학, 사회학이기도 한 종합적인 무엇인가’ 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건축만으로 인생의 의미를 모두 담을 수 없으며, 모든 경제, 정치, 사회, 과학을 아우르는 진정한 예술로서 완벽하지 않은 것이다. 마찬가지로 완벽한 진리를 품은 철학, 인문학적 이론이 없기 때문에 글로 쓰이고 발전하고 변화해 나가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완벽한 진리는 결국 ‘말로 표현되지 않는 무엇인가’ 이며 그렇기 때문에 탐구할 가치가 있고, 또 탐구되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 풍요로운 삶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억력이 나빠지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이벤트가 있는 도로, 건물, 거리, 공간은 더 크게 느껴지고, 거기에 있는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한다고 한다. 일부러 동선을 길게 하는 일본식 건축은 머무는 시간을 길게 하는 이벤트를 통해 반대로 더욱 공간을 크게 느끼게 한다고 한다. 한국, 서울이라는 좁은 나의 환경에서 작고 소박한 나의 급여로 더욱 풍요롭게 살아가기 위해 어떤 장치가 필요할까 고민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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